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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어머니는 왜 아버지에게 오지 말라고 할까
 김상학    | 2022·06·19 21:40 | HIT : 2 | VOTE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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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거야.”<br><br>
몇년 전 어머니가 가벼운 뇌졸중 증세로 입원하셨다. 팔순의 아버지는 매일 아침 양복을 입고 어머니 병실로 ‘출근’하셨다. 아내가 아픈데 집에서 편히 지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아버지는 병실에 캠핑의자를 갖다 놓고, 반듯하게 양복을 입은 채 주로 신문이나 책을 읽으셨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믹스커피를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겠다거나, 퇴원하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간병인은 어머니를 챙겼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간식이나 책을 빠짐없이 챙기는 날이 이어졌다. 그리고 급기야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제발 병원에 오지 말라고 선언했다. 아버지는 화내는 어머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서운해하셨다.<br><br>
성별에 따른 돌봄력의 차이<br><br><br><br>
정도는 다르지만, 적지 않은 기혼여성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말한다. 남편이 아픈 자신을 돌봐주려고 하는데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말이다. 그나마 어떤 여성들은 어떻게든 아픈 아내를 돌봐주려는 노력을 가상히 여길지도 모른다. 가족 안에서 돌봄은 아내·며느리·딸의 역할로 성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돌봄을 자신의 역할로 여기지 않다 보니,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남편에게 아이를 보고(care) 있으라고 했더니, 우는 아이를 계속 빤히 보고(see)만 있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실화인 경우를 증언한다.<br><br>
그나마 이런 현실은 다행이고,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간병인들 사이에는 “남편이 병석에 오래 누워 있으면 아내가 골병들고, 아내가 오래 누워 있으면 남편이 바람난다”는 식의 격언이 전해진다. 실제 암환자 이혼율을 보면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에 비해 이혼율이3~4배가량 높다.아픈 아내를 두고 바람피우는 것도 문제지만, 아픈 아내를 전혀 간병하지 않는 것도 문제인데 이는 크게 문제화되지 않는다. 반면 아내가 아픈 남편을 전혀 간병하지 않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문제가 되고, 바람을 피운다면 이에 대한 비난은 남편의 바람에 비해 훨씬 격렬하다.<br><br>
돌봄으로 다시 돌아와서, 암환자의 돌봄 비율을 보자. 암환자들의 간병과 관련한 통계를 보면, 남편은 절대다수가 아내에게 간병받지만 아내의 경우 남편에 의한 간병 비율이 낮고 셀프간병 비율이 높다.2019년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 등의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암환자가 남편일 때는 아내가 신체적으로 돌봐주는 경우가86.1%인 반면, 아내가 암환자일 때는 남편에 의한 지원이36.1%에 불과했다. 정서적 돌봄에서도 남편이 아내로부터 지원받는 비율이84%인 반면, 그 반대는32.9%에 그쳤다. 돌봄의 성별화, 비민주성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br><br>
실제 아픈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때 성별에 따라 두드러지는 차이는 남성은 외로움, 여성은 돌봄이었다. 여성은 아파도 돌봄노동을 쉴 수 없거나 아픈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을 주로 하소연했다. 병원과 요양원에 입원한 경험에 대해, 때 되면 밥 나오고 집안일이나 돌봄노동을 안 해도 되는 ‘호사’, ‘사치’, ‘휴가’ 같은 단어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br><br>
평등하고 정의로운돌봄민주주의<br><br><br><br>
돌봄연구의 권위자인 조앤 트론토는 돌봄의 성별화로 인해 여성은 돌봄에 예속돼온 반면, 남성은 돌봄에 대한 무임승차 특권을 누려왔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남성생계부양자 모델 안에서 가족 내 돌봄은 다시 해석돼야 한다고 본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 와서 어머니가 집에서 살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돌봄노동을 수행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 올 수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기업이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기업을 먹여 살린다는 인식의 전환처럼 돌봄에 대한 사유 또한 민주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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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는 기울어진 성별 운동장에서 기존의 남성성으로부터 이탈하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성차별의 주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남성들,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일상의 작은 행위도 성찰하겠다고 선언하는 남성들 말이다. 이들이 성차별과 성폭력 등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넘어서, 돌봄노동에 무임승차하는 특권을 벗어던지겠다고 한다면 어떤 변화가 시작될까. 한국은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깨진 지 오래됐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했음에도 성역할이 강고한 탓인지 외벌이와 맞벌이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5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뚫고 돌봄노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몸으로 남성들이 ‘진화’한다면, 돌봄의 민주화는 가속화할 것이다. 이들이 돌봄민주주의를 함께 완성해나가는 주요한 한 시민주체가 되리라 기대한다.<br><br>
마지막으로 질병과 돌봄위기 담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위 고독사(무연사)를 보자. 고독사의 경우 대다수 통계에서 남성 비율이70~80%로 압도적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50대 남성의 고독사 비율이 높다. 이를 연구한 보고서들을 보면, 대개 남성들이 조기퇴직 후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고립되는 부분이 많다고 진단한다. 은퇴 뒤 직장 내 관계가 끊어지면 관계의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족 돌봄 경험의 부족으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할 계기가 적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고독사를 가족의 책임으로 연결지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책임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 분명한 건 돌봄의 성별성을 해체하는 것은 남성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확장할 것이라는 점이다.<br><br>
http://naver.me/5On5iA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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